25' 8-9월 호지 월간식물
Polypodiaceae
여름의 그늘, 고사리 식물
고요하게 펼쳐진 잎결 속에 수천만 년의 시간이 숨어 있는 식물, 고사리과(Polypodiaceae) 식물을 소개합니다.
뿌리에서 잎으로 곧게 뻗어 올라오는 모습은 단순하지만, 그 구조는 놀라울 만큼 정교하고, 생존 방식은 고요하지만 끈질깁니다. 씨앗 없이도 번식하고, 꽃 없이도 공간을 채우는 이 식물은 지구상에 꽃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오래된 생명입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내는 듯한 생명력을 품은 고사리과 식물을, 호지 월간식물에서 만나보세요.
About Monthly Plants
호지에서 격월로 전하는 식물도감. 하나의 식물을 깊이있게 알아가며 돌보고 관찰하는 시간을 통해
자연과 연결되는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갑니다.
Polypodiaceae Family
호지의 고사리과 식물들
양치 식물과 고사리
양치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종 이상이 존재합니다.
고사리는 '양치식물 가족' 중 하나의 '자식'이에요. 모든 고사리는 양치식물이지만, 모든 양치식물이 고사리는 아닙니다.
양치식물 분류학 계보
1-1) 고사리과 이름의 Polypodiaceae의 유래
근경(rhizome)에서 여러 개의 뿌리(혹은 뿌리처럼 보이는 구조)가 퍼져나가는 모습에서 유래되었습니다.
• Poly-: 그리스어 polys (πολύς) → 많은(many)
• podi-: 그리스어 pous / podos (πούς / ποδός) →발(foot)
• -aceae: 식물 ‘과(family)’
를 나타내는 라틴어 접미사 실제로 Polypodium 속의 식물들은 지하줄기(근경)가 뻗으면서 다리처럼 뿌리 또는 잎자루를 지지하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다리가 많은 식물"로 비유된 것입니다.
1-2) 고사리는 먹는 것?
양치 식물 중에서도 일부 고사리류는 식용으로 활용되는 식물이 많습니다. 특히 어린 순은 다양한 요리 재료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넓은 잎과 시원한 분위기가 돋보이도록 조경 및 관상용으로 폭넓게 활용됩니다.
고사리 잎의 신비
1) 고사리 잎의 놀라운 기능
고사리를 상상하면 커다랗고 넓은 잎이 먼저 떠오릅니다. 고사리의 잎은 그 자체로 작은 생태계입니다.
고사리는 줄기보다 잎이 훨씬 더 크게 발달한 식물입니다.
고사리는 일반 관엽식물의 잎보다 역할이 크기 때문에, 줄기가 아닌 ‘잎’이 곧 ‘몸’인 셈입니다. 잎은 고사리 전체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 고사리의 잎은 번식 기관이기도 해요.
씨앗 대신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는, 포자낭(sorus)을 잎의 뒷면에 형성합니다.
즉, 잎이 바로 번식 기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장과 번식이 같은 위치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때문에 고사리의 잎은 단순한 잎이 아니라, ‘생장+번식 기능’을 가진 특별한 구조입니다.
잎 뒷면의 포자낭 배열
주름고사리 Diplazium wichurae (Mett.) Diels
(위) 잎 앞면 / (아래) 잎 뒷면
2) 고사리 잎의 구조 : 복엽
고사리 잎는 복엽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복엽(複葉)”은 식물학에서 하나의 잎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작은 잎(우편)이 모여 구성된 잎을 의미합니다.
즉, 복엽은 단일한 잎줄기(중축)에 여러 개의 우편과 소우편이 붙어 있는 구조이며, 이 전체가 하나의 잎으로 간주됩니다.
복엽은 진화적으로 영양분 흡수를 위한 넓은 표면을 확보할 수 있고, 작게 나누어진 잎 때문에 바람이나 터치에 유연하게 움직여 견딜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잎이 손상되면 하나의 작은 잎만 떨어트리고 나머지 전체 잎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하지만 모든 고사리가 복엽의 구조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고사리 잎의 구조
Polystichum tsus-simense(한국고사리, 또는 섬고사리)
1회 우상복엽구조
우상복엽의 종류
여러분들의 고사리는 어떤 우상복엽을 가졌는지 관찰해보세요.
땅 아래의 전략가, 근경
고사리의 근경(Rhizome)은 식물의 생존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전략 본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경은 단순한 뿌리가 아니라 줄기 기능을 하는 수평 구조입니다. (다른 관엽식물이 수직으로 줄기를 낸다면, 고사리는 수평적으로 줄기를 내죠.) 근경은 단단하고 길게 뻗으며 땅속을 천천히 기어가듯 자라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잎과 뿌리를 반복적으로 내어 식물체를 넓혀갑니다. 이는 식물이 하나의 자리에서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조이며, 새로운 싹을 일정한 간격으로 올려보내 군락을 형성하게 합니다.
근경의 기능)
1. 영양 저장과 재생의 중심
• 근경은 단순히 줄기가 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양분을 저장해두는 기능이 있습니다.
• 빛이나 수분 조건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이 저장된 에너지로 새로운 잎이나 포자를 생산할 수 있어요.
2. 외부 조건에 대한 적응성
• 땅속에 있어 기온 변화, 가뭄, 동물의 채식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더 잘 보호됩니다.
• 특히, 지상부(잎)가 손상되더라도 근경이 살아 있다면 다시 새로운 잎을 자라게 할 수 있는 회복력이 있습니다.
3. 생장 방향을 선택하는 지능적인 움직임
• 근경은 단순히 무작위로 자라지 않고, 주변 환경(빛, 습도, 공간 등)을 감지하며 유리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4. 생식의 중심
• 근경을 통해 퍼지는 방식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다수 만들어내므로, 효율적이고 빠른 군락 확장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근경의 모습
(a) 넉줄고사리 Cyrtomium falcatum
(b) 개미고사리 Lecanopteris sinuosa
(c) 캥거루고사리 Microsorum diversifolium
(d) 누에발고사리 Cibotium barometz
• 근경의 형태적 특징을 바탕으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
양치식물은 꽃이나 씨앗 없이, 포자(spore)를 통해 번식합니다. 이는 식물 중에서도 아주 고대적인 방식이며, 오늘날 곰팡이류나 이끼류와 유사한 번식 전략입니다.
포자낭과 배열방식
(a) 큰털 아디안텀 Adiantum formosum / 가장자리형
(b) 아비스 고사리 Davallia fejeensis / 선형형
(c) 숫돌담 고사리 Polystichum tsus-simense / 원형형
(d) 캥거루 고사리 Microsorum diversifolium / 원형형
FAQ.
일반 가정집이나 실내에서도 포자로 번식할 수 있나요?
가능은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포자 번식은 실험적인 방식으로 분류되며, 일반적인 실내 환경에서는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그 이유는 높은 습도(80%)와 일정한 온도(20~25℃) 유지가 필수 청결한 배양 토양(살균한 토탄 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발아 후 생기는 전엽체(prothallus)는 매우 작고 민감하여, 오염·건조·직광 등에 쉽게 손상됨 몇 주~수개월의 인내가 필요하며, 그 이후에도 싹이 날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내 양치식물은 근경 나누기로 빠르고 안정적인 번식이 가능합니다.
이 방식은 봄~초여름에 새순을 기준으로 분리하면 성공률이 높습니다.
고사리속 식물 키우기 : 물, 토양, 공기
· 태양
직사광선을 피해, 밝은 간접광이 좋습니다. 북향 또는 동향 창가 추천
빛이 많이드는 곳이라면 잎이 큰 다른 식물들 아래에 두세요.
· 토양
고사리는 배수성과 보습력을 동시에 가진 흙 토양을 좋아합니다. 바크, 펄라이트, 마사토가 섞인 흙을 추천합니다. 통기성과 배수성을 확보하면 뿌리 썩음을 예방할 수 있어요. 호지 호야용 믹스드 상토 ↗ 를 추천합니다.
분갈이: 1~2년에 한 번, 뿌리가 화분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 실행해주세요.
· 물
흙이 마르기 전, 촉촉한 상태 유지해 주세요. 물을 줄 때는 화분 아래로 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충분히 주되, 받침에 고인 물은 바로 버려주세요. Tip! 양치식물은 화분 아래 수반을 함께 두면 더욱 촉촉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 공기
18~25℃의 온도, 60~70% 이상 습도를 선호합니다.
( 대부분의 실내 고사리류는 아열대 식물로, 10℃ 이하의 저온에서는 생장이 정지되고 5℃ 이하에서는 잎 손상 위험이 있습니다. )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고사리를 위해 에어컨이나 난방기를 가동하는 시즌에는 주변에 물그릇을 두거나, 가습기를 배치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난방기나 에어컨 바람을 피하세요. 공기 흐름은 반드시 필요하므로, 창문을 자주 열어주거나 서큘레이터로 미세한 바람을 만들어주세요.
FAQ
고사리 식물을 위한 몇가지 상식
Q1. 고사리는 직사광선을 얼마나 견딜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고사리류는 숲속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강한 직사광선에는 약합니다. 밝은 간접광이 가장 적합하며, 북향 창가나 얇은 커튼 뒤가 좋은 위치입니다.
Q2. 잎이 마르거나 갈색으로 변해요. 왜 그런가요?
A. 가장 흔한 원인은 습도 부족과 공기 순환 부족입니다. 고사리는 60% 이상의 습도를 선호하므로, 분무나 수반을 활용해 주변 공기를 촉촉하게 유지해주세요. 잎 끝이 타거나 말리면 습도와 통풍을 점검해보세요.
Q4. 분무는 꼭 해야 하나요?
A. 고사리는 공중습도에 민감하므로, 실내에서 특히 에어컨이나 난방기 사용 시에는 분무가 필요합니다. 하루 한 번, 아침 시간대에 가볍게 분무하는 것이 좋으며, 밤에는 과습을 피하기 위해 분무를 자제해주세요.
Q6. 고사리는 겨울에도 실내에서 잘 자라나요?
A. 적정 온도(18~25℃)만 유지된다면 겨울철 실내에서도 무난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단, 찬바람, 특히 환기구나 창문 틈의 냉기는 잎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식물 주변의 온도 변화를 주의해주세요.
Q7. 고사리와 함께 키우면 좋은 식물이 있을까요?
A. 고사리는 습도와 음지를 좋아하는 특성상 스파티필럼, 아글라오네마, 필로덴드론, 칼라데아류와 잘 어울립니다. 습도 조건을 맞추는 데에도 시너지가 있습니다.
Tip!
잎에 물방울이 맺힌다면, 과습이 아니라 습도 균형이 잘 맞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잎이 갈색으로 변할 땐 공기 순환도 체크해보세요. 통풍이 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요.
고사리과 식물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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